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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맞담배를 피워요

-얼마 전 오랜만에 육지에 가서 장인장모님도 뵙고 친구들도 만났다. 친구 하나는 7년 만난 여자친구와 최근에 헤어졌다. 친구는 창피한 듯 요새 많이 운다고 했다. 울 수 있을 때 많이 울어야지. 친구한테 말하지는 않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20대 때는 정말 울지 않았다. 26살 무렵에 2년 좀 넘게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었다. 상수동에 자주 가던 술집에서 평소처럼 맥주를 마시다가 갑자기 그 사람이 그랬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나는 그러자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내 미래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나는 대학원을 가네 마네 하며 취직을 미루던 때였다. 내 자신도 나를 믿을 수 없어서 딱히 붙잡을 수도 없었다. 사실 그 전에도 헤어진 연인들을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나는 늘 이별을 통보 받고 그래 그렇게 하자라고 하는 쪽이었다. 당시에 나는 정말 거지였는데, 그래도 마지막이니 택시를 잡아 상대를 바래다줬다. 잘지내, 미안해 나랑 금방 헤어졌으면 더 좋은 사람들 더 많이 만났을텐데. 나는 4살 연상이랑 만났었는데 꾸며낸 마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좀 미안했다. 그 사람은 그때 30살이라 예전보다는 연애의 기회가 적어졌을테니까. 펑펑 우는 옛 연인을 뒤로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집에 걸어왔다. 왜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았을까. 아마 스스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다. 늘 말하지만 아직까지는 동물이 다치고 아픈게 더 슬프고 눈물이 난다. 얼마 전 아내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을 같이 보러 갔었는데 로켓의 과거 회상씬에서 눈물을 줄줄 흘려서 너무 창피했다. 나이가 드니 눈물이 많아진다. 친구에게 그애(연하였다)에게 기회를 줘보라고 했다. 너가 아닌 다른 사람도 만나 볼 기회를. 가슴 아픈 말이지만, 대개 그렇듯 새로운 사람이 제일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친구나 친구의 헤어진 연인에게나.

빨리 집에가라 쿠니야

-최근에 스승의 목장에 안좋은 일들이 많았다. 말들이 여럿 죽고 또 죽을 날을 앞두고 있는데, 상심한 스승에게 뭐라 말 할 수 없었다. 가장 마음이 안좋았던건 겉보기에 멀쩡한 2세 숫말을 선천적 기도 기형으로 안락사를 한 일이다. 경주마 경매에 상장해서 내가 잘팔리라고 발굽도 깨끗하게 잘라주고 광도 내줬다. 경매 때 팔리지 않았던 것을 경매 막바지에 어떤 마주님이 개인적으로 산다고 하셔서 내시경을 해보니 기도가 좁은 것이 밝혀졌다. 안락사를 결정한 날 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말들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힘이 세지만 사실은 네살배기 아이다. 지능도 그 정도고 마음도 그 정도다. 사람 많은 경매장에서 주눅이 들어 우왕좌왕 하던 놈을 마방에 들어가서 만져줬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에 어울리지 않게 심장은 긴장감에 벌떡벌떡 뛰었다. 목을 쓸어주며 말해줬다. 괜찮아 임마. 너 이제 새 주인 생겼어. 안락사 하던 날 일부러 보러 가지 않았다. 그냥 가서 봐줄걸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 먹으니 청승만 는다.

미안해 우리 아들

-어쨌든 최근에 담배를 또 피게 됐다. 결국 또 끊겠지만 아쉽지 않게 피는 동안 열심히 피워야지. 여러가지 미사여구로 삶을 포장해도 결국 인간행동에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도파민 보상인데, 4500원에 20번 보상받으니 이건 남는 장사가 아닌가. 그러니까 또 한대 피러 가야지.

https://youtu.be/hCwZ-oTyV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