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23년 3월 12일

 - 최근들어 미세먼지가 너무 심하다. 담배 피던 때처럼 코랑 목이 막혀서 이럴바에는 그냥 담배를 다시 필까 싶기도 하다. 주기적으로 담배를 다시 피게 되는 시기가 오는데 의지박약과는 좀 다른 유형이다. 사는게 좀 지루해지는 순간이 오게되면 다시금 담배를 피려고 한다. 처음 군대에서 담배를 폈을 때도 비슷한 이유였다. 시간도 안가고 재미도 없고. 끊었던 담배를 힘든 일 때문에 다시 핀 적도 한 두번 있지만, 그땐 어쩌면 끊은게 아니었을 것이다. 담배는 끊어지지 않는 기호품이다. 애초에 기호품을 끊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 기호가 없어진다고 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담배를 폐호흡으로 피지 않은 것이 500일 가량 지났지만, 그 중간 중간에 시가도 폈고 담배피는 사람 만나면 하나씩 얻어서 입담배도 폈다. 니코틴을 좋아하는지 흡연을 좋아하는지 혹은 둘 다 좋아하는지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흡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법에서 허용한 테두리 안에 자기가 좋아할만한 것이 있다면 그걸 하는게 나쁜건지 잘 모르겠다. 뭐든 본인 선택으로 하는게 중요하다. 어쨌든 중국 옆에 붙어있는 지리적 특성상 늘 미세먼지에 시달릴 것이 뻔한데, 정말 좃같다는 말을 하고 싶다.

 

 - 얼마전에 일을 하다가 말에게 턱을 맞았다. 예민한 말이었는데 의외로 순순히 발을 주길래 말을 잡아준 목장 사장님과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왼쪽 뒷발굽을 트리밍하는 중이었다. 이제 모서리만 다듬으면 되겠다 하는데 순간 천장이 보이더니 어 나 왜 누워있지... 했다. 5년동안 나름대로 이말 저말 만지면서 경험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빨리 뒷발을 차는 말은 처음 만났다. 아주 어린 시절에 싸움질하다 왼쪽 턱을 많이 맞고 뭐 어디가 다쳤는지 귀가 아팠는데 하필이면 그 턱을 맞아서 입을 다물때마다 누가 귀를 꼬챙이로 찌르는 것 같았다. 맞고 쓰러지면서 벽에 머리를 부딪혔는지 머리통이 부어서 피멍이 들었다. 사장님은 하얗게 질려서 병원에 가야 되는거 아니냐 했는데 또 몸은 잘 움직이길래 그냥 좀 쉬면 되지 않겠냐 하고 좀 쉬다가 이제 오른쪽 뒷발을 트리밍 하려고 하는데 그 빠른 킥의 정체를 보게됐다. 진짜 존나 빠름 거의 총 쏘는 수준이었다. 써러브레드 1세들은 보통 300kg 내외인데, 나를 찬 놈이 2살짜리였거나 발차기를 대가리에 맞았으면 난 죽었을 것 같다. 맞는 그 순간에 어떤 고통이나 그런 것들을 뭐 아무것도 못느끼고 그냥 정신차려보니 누워있었기 때문에, 순간적인 사고로 죽는 사람들 대부분 그냥 자기가 죽는지도 모르고 끝난다는 걸 알게됐다. 그 말은 우습게도 내가 일하러가는 목장으로 팔려가기 때문에, 또 거기가서 다시 그새기를 만져야 한다. 팔자 참 좋다.

 

 - 말한테 그렇게 처맞고 다음 날 바로 이사를 했다. 맞은 날 집에 와서 혹시 내가 내일 아침에 못일어나면 혼자 이사를 하라고 아내한테 말했다. 아내는 제발 이사 끝내고 죽으라고 했다. 천생연분이다. 아내는 아파서 육지와 제주를 왔다갔다 하며 치료를 받는다. 이제 치료도 거의 끝나가고, 어디가서 내색은 많이 안했지만 나는 아내가 작년에 병을 진단 받고나서는 거진 한 달을 일도 잘 가지 않고 멍만 때렸다. 그 즈음에 정말 대학생 시절처럼 술을 많이 마셨는데 그렇게 술 먹고 썼던 것들이 좀 병신 같아서 블로그에서 치워버린 것도 있다. 아무튼... 또 웃긴게 뭐냐면 아내가 확진 받기 두 달 전에 법원에서 뭐가 왔는데, 보니까 집주인이 돈 안갚아서 집이 경매 넘어갔다는 내용이었다. 육지에서 시끄러운 전세사기를 결국 나도 당한 것인데 뭐 어쨌든 그거 때문에 이사했고 또 은행 가서 돈을 빌려야했다. 얼마전에도 비슷한 걸 썼는데 세상살이라는게 나한테 그렇게 호의가 있지 않다. 어쩌겠어 태어났고 결혼했으니 잘 사는 수밖에 없다. 팔자 참 좋다. 그래도 스스로 별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집은 어릴때부터 빚쟁이들도 존나 찾아오고 뭐 빨간딱지도 붙이고 사채업자가 아버지 얼굴에 물뿌리고 하는거 나는 다 보고 컸기 때문에 그냥 뭐, 이럴수도 있지 한다. 쎈척일까?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행복하게 사려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행복하게 살되 다른 사람한테 무례하게 안살면 그게 가장 좋은 삶인 것 같다.

 

https://youtu.be/5Wd--YgSCfA